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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13 아기를 키운다는 것 (1)

결혼 전과 결혼 후의 삶의 변화를 100으로 본다면
출산 전과 출산 후의 삶의 변화는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정도 되는 것 같다.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부터 바로 시작된 입덧이 임신 8개월까지
하루도 토하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없었을만큼 입덧도 워낙 유난스러웠고
친정 식구 없이, 친구들 없이 외국에서 아기를 키우다보니
남들보다 더 어렵고 고단하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제껏 살면서 희생하거나 참아본 경험이 너무 없었던 탓에
내 배로 낳은 내 딸인데도 그애를 위해 나를 희생하고 참고 견디는 것이
몹시도 낯설고, 가끔은 억울하고, 화가 나는 것일 수도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파악한 나는 유난히 남의 칭찬에 크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나의 유능함을 입증할 수 있다면 야근도 즐거웠다.
'역시 대단해' 따위의, 지금 생각하면 정말 따위, 지만 그 당시에는 그 말 한 마디에도 흥분이 되고
콧구멍이 벌렁거려 더욱 열심히 하리라, 두 주먹을 불끈불끈 쥐었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기를 키우면서는 당췌 아무도 나에게 칭찬을 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부터 나에 이르기까지
여자가 결혼해서 낳은 제 새끼를 공들여 키우는 것은 너무도 너무도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그런데, 아기를 키우는 일은, 실은 이제껏 살면서 해보았던 그 어떤 일에도 뒤지지 않을만큼
몹시도 힘든 일이다.
그런데 너무 당연하다는 이유로, 나는 칭찬 받지 못해서,
그래서 나는 칭찬에 목말라있는 참이다, 실은.

하지만, 딸아이가 첫돌을 넘기고, 이제 19개월에 접어들면서
나는 다른 식의 위로를 받고 있다.
나에게서 딸에게로 그냥 일방적이기만 하던 관계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딸아이가 내게 보여주는 그 온갖 것들은,
얼마나 찌릿찌릿한지, 나는 웃고 감동하고 또 웃고 감동하며
요게 요게 도대체 어디서 나왔나, 정말 내 뱃속에서 나왔나, 싶다.
아직도 말은 두 단어로 이어지지 못하고 토막토막 한 단어씩 뿐이지만
고 표정이, 고 엉덩이가, 고 손짓이, 고 웃음이, 고 입매가 내게 말한다.

"엄마, 그 동안 고생 많았어! 나도 엄마가 너무 좋아."

Posted by 가은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