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내가 사는 곳은 구르가온이라는 곳으로, 한국의 분당과 비슷한 곳이다.
구르가온은 수도인 델리의 남쪽에 붙어 있는 수도권 신도시로서
델리 경계를 지나 구르가온으로 들어서면 바로 눈 앞에 빽빽한 아파트숲이 펼쳐진다.

그리고 대형 쇼핑몰과 마트, 백화점 등 상업시설 역시 델리와는 다른,
조금 더 세련되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갖춰져 있다.
델리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비하면, 매우 한국스럽다, 는 느낌이 드는 그런 곳이다.

구르가온은 신도시답게 개발중인 곳이 많아서 곳곳에서 그 개발현장,
특히 아파트 공사 현장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건설현장에 천막 가리개를 해서 일반인들은 공사 현장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과 달리
이곳 건설 현장은 그런 게 없어서 처음 바닥공사부터 마지막 지붕공사까지 볼 수 있는,
한마디로 건축의 산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큰 길 너머에 새로운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매일 베란다를 통해 바라다보면서
- 흠, 오늘은 창문 마무리를 하는군.
- 오늘은 페인트칠이 시작 됐군.
- 어, 드디어 지붕 공사!
뭐 이렇게 그 과정을 지켜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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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아파트는 그냥 네모 반듯한 성냥갑 같은 모습이 아니라
굉장히 구석구석 멋을 내서 짓는다.
현관 입구만 해도 저 비뚤어진 입구 천장처럼 그냥 평범한 네모 아파트가 오히려 드물다.
아파트마다 지붕 모양도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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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 멋진 아파트가 아니라
바로 이 아파트를 짓고 있는 인부들이다.
아파트 저 맨 꼭대기, 얼기설기 엮어져 있는 임시계단에 모여 있는 바로 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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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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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조금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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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광경을 목격했을 때는 저 무시무시한 높이에 사람들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혼자 다리만 후들거렸지,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몰랐는데
남편의 말로는 '밑에서부터 시멘트를 날라서 붓고 있는 중' 이란다.
머리에 이고 있는 작은 세수대야, 아마도 그 안에 시멘트가 들어 있는 듯.

한마디로,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한 모습이지만,
인도에서는 이런 모습이 너무나 흔해서 눈길을 끌만한 수준에도 못 낀다.
어쩌면 한국의 공사장도 이만큼 위험한데 가려져 있어서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도 공사장에서는 여자들과 아기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공사장 인부로 일하는 남편을 따라 나온 가족들인데,
이른 아침 공사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면
아빠의 목마를 탄 어린 아기, 그 옆에 엄마가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다.
그리고 몇 발짝쯤 앞서 걷는 조금 큰 아이,
이렇게 온 가족들이 함께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편이 저 위에 올라가서 일하는 동안
여자들은 벽돌을 나르거나,
머리에 세숫대아를 이고 흙을 퍼담아 나르는 일들을 하고,
그 동안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일이 끝날 때까지 공사장에서 시간을 때운다.
아직 걸음마도 잘 못하는 아기들은 흙더미 위에 앉아서 흙장난을 하기도 한다.

물론 안쓰럽고 가슴 아픈 현장이지만,
그래도 붉게 저녁 노을이 지고 퇴근 시간이 되면
또 손을 잡고, 목마를 타고 온 가족이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 정다워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가족은, 늘 힘이 되는 법이니까.

Posted by 가은맘
지난달 초에, 가은이는 만 18개월이 된 기념으로 젖을 뗐다.
1년 6개월동안 배고플 때, 졸릴 때, 마음 울적할 때 늘 함께 했던 엄마 찌찌와 헤어지는 것이
아이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밤중수유 때문에 밤에도 깊이 긴 잠을 자지 못하는 가은이를 위해서
마음 약해지지 않으리라, 각오를 단단히 하고 시도를 하기로 결심한 터였다.
허전할 아이의 마음을 달래줄 요량으로 과자며 사탕, 새로운 장난감도 하나 사주기로 하고 마트에 나갔다.
마트 한 구석에 있던 소꿉놀이가 눈에 띄어 얼른 사다가 씻어서 아이 앞에 풀어놓아주었는데,
사실 아직은 소꿉놀이를 가지고 놀 나이가 아니라서 재미 없어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어찌나 재미있게 노는지 색깔도 구성도 실은 너무 조잡하지만 대만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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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손놀림으로 가은양에게 소꿉놀이의 진수를 가르쳐주고 있는 인도 아가씨는
가은이를 돌봐주던 베이비시터 '링'언니입니다.
지금은 시집을 가서 가족들과 고향에 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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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달라도 뭔가를 마실 때 잔을 부딪치는 것을 좋아하기는 인도나 한국이나 매 마찬가지인가봅니다.
가은이가 소꿉놀이를 통해서 가장 확실하게 학습한 것은 다름아닌 "짠~!"입니다.
링언니의 교육 덕분에-_-;; 가은이는 그 이후로 물을 마실 때 뿐 아니라
과자를 먹을 때나 사과를 먹을 때나 밥을 먹을 때도 좌중에게 무조건 짠~!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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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엇일까요?
네, 바로 가스통입니다.
인도는 아직 도시가스 보급이 되지 않아서 어느 가정이건 간에
이렇게 가스통을 배달해서 부엌에 놓고 사용을 합니다.
처음에 소꿉놀이를 뜯었을 때 이 가스통이 나와서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가은이는 늘 가스레인지 옆에 저 가스통을 놓고 소꿉놀이를 시작하니, 인도 토박이가 다 되었죠?
Posted by 가은맘

결혼 전과 결혼 후의 삶의 변화를 100으로 본다면
출산 전과 출산 후의 삶의 변화는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정도 되는 것 같다.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부터 바로 시작된 입덧이 임신 8개월까지
하루도 토하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없었을만큼 입덧도 워낙 유난스러웠고
친정 식구 없이, 친구들 없이 외국에서 아기를 키우다보니
남들보다 더 어렵고 고단하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제껏 살면서 희생하거나 참아본 경험이 너무 없었던 탓에
내 배로 낳은 내 딸인데도 그애를 위해 나를 희생하고 참고 견디는 것이
몹시도 낯설고, 가끔은 억울하고, 화가 나는 것일 수도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파악한 나는 유난히 남의 칭찬에 크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나의 유능함을 입증할 수 있다면 야근도 즐거웠다.
'역시 대단해' 따위의, 지금 생각하면 정말 따위, 지만 그 당시에는 그 말 한 마디에도 흥분이 되고
콧구멍이 벌렁거려 더욱 열심히 하리라, 두 주먹을 불끈불끈 쥐었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기를 키우면서는 당췌 아무도 나에게 칭찬을 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부터 나에 이르기까지
여자가 결혼해서 낳은 제 새끼를 공들여 키우는 것은 너무도 너무도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그런데, 아기를 키우는 일은, 실은 이제껏 살면서 해보았던 그 어떤 일에도 뒤지지 않을만큼
몹시도 힘든 일이다.
그런데 너무 당연하다는 이유로, 나는 칭찬 받지 못해서,
그래서 나는 칭찬에 목말라있는 참이다, 실은.

하지만, 딸아이가 첫돌을 넘기고, 이제 19개월에 접어들면서
나는 다른 식의 위로를 받고 있다.
나에게서 딸에게로 그냥 일방적이기만 하던 관계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딸아이가 내게 보여주는 그 온갖 것들은,
얼마나 찌릿찌릿한지, 나는 웃고 감동하고 또 웃고 감동하며
요게 요게 도대체 어디서 나왔나, 정말 내 뱃속에서 나왔나, 싶다.
아직도 말은 두 단어로 이어지지 못하고 토막토막 한 단어씩 뿐이지만
고 표정이, 고 엉덩이가, 고 손짓이, 고 웃음이, 고 입매가 내게 말한다.

"엄마, 그 동안 고생 많았어! 나도 엄마가 너무 좋아."

Posted by 가은맘